
간단후기
밥벌이로 지칠 때 재미있게 위로받을 수 있는 책.
포기의 미학을 표현한 에세이.
하완 작가님은 독자에게 말해준다.
"노력한다고 다 되지 않아. 그러니 힘 빼고 살아도 돼. 다시 열심히 살더라도 지금 쉬어야 할 때도 있는 거야. 길은 하나가 아니야. 너 탓 아니야."
뻔한 메세지라고? 그럴 순 있지만 작가님 문체가 재미있고 표현이 신선하다. 나도 이렇게 에세이를 쓰고 싶단 생각도 들었다.
문장 모음
⊙ 열심히 사니까 자꾸 승패를 따지게 된다. (25pg)
⊙ 내가 이 나이에 정말 부끄러워해야 할 것은 내 나이에 걸맞은 것들을 소유하지 못한 게 아니라, 나만의 가치나 방향을 가지지 못하고 살아왔다는 사실이다. 내가 욕망하며 좇은 것들은 모두 남들이 가리켰던 것이다. 남들에게 좋아 보이는 것들이었다. 그게 부끄럽다. (39pg)
⊙ 그들은 결코 인생을 포기한 것이 아니다. 그저 그렇게라도 인생을 살아 내고 싶을 뿐이다. (63pg, 득도의 시대 중)
⊙ 어쩌면 우리는 정말 원하는 걸 모르고 헛된 것들로 허기를 채우며 사는지도 모르겠다. (100pg)
⊙ 욕심도 버리지 않았다. 지금보다 더 많은 돈을 벌고 싶고, 내 집도 있었으면 좋겠다. 하지만 그것들을 얻기 위해 무조건 열심히 살고 싶지는 않다.
"열심히 하지 않으면서 그 많은 걸 바란다고? 간절함 없이 얻을 수 있는 건 없어!"
만약 이런 이유로 그것들을 가질 수 없는 거라면 뭐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다. 나는 이런 마음을 포기가 아니라 무심함이라 부르고 싶다. 원하지만 가지지 못해도 괜찮은, 가지면 좋지만 가지는 것이 삶의 목표는 아닌, 욕심이 없지는 않지만 욕심 때문에 괴롭지 않은 그런 마음이고 싶다. (107pg)
⊙ 혼자 있는 시간은 꼭 필요하다. 그 시간은 치유의 시간이다. 인간관계로 지친 몸과 마음을 쉬게 해주는 시간. 그렇기에 혼자 밥을 먹고, 혼자 술을 마시고 얼마든지 혼자 하는 걸 즐겨도 되지 않나 싶다. 단, 그러고 나서는 반드시 돌아와야 한다. 피곤하고 짜증 나는 사람들 속으로. 그 사실만 잊지 않으 된다.
돌아올 집이 없다면 여행이 여행일 수 있을까?
정말 외톨이라면 외로움을 즐길 수 있을까?
혼자만의 시간은 다시 돌아오기 위한 여행이다. 잠시 떨어져 바라볼 줄 아는 지혜다. 정말 혼자가 아니라는 것에 감사하게 되는 시간이기도 하다. (...) 사람들에게서 잠시 떨어져 있을 줄 아는 사람. 혼자 있는 외로움을 잘 알면서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 혼자 있는 게 편하지만 결국 혼자서 살 수 없다는 걸 아는 사람. 외로움을 충분히 즐기고 나선 다시 사람들 속으로 뚜벅뚜벅 걸어 들어가 기꺼이 함께할 수 있는 사람. 그런 사람이고 싶다. 자, 충분히 즐겼다면 이제 돌아갈 시간이다. (혼자만의 시간 중)
⊙ 나는 가끔 아버지가 느꼈을 무력감에 대해 생각한다. 아버지도 아버지의 아버지로부터 가난을 물려받았고 어떡해서든 잘 살아보고 싶었을 것이다. 아버지가 처음부터 일하는 걸 싫어하지는 않았으리라. 힘든 막일로 여기저기 다치고, 적은 보수와 주위 사람들의 무시에 점점 지쳐갔을 나의 아버지. 배운 게 없어 다른 일을 할 기회도 방법도 몰라 좌절했을 아버지. 희망이 없는 하루하루를 버티는 자의 절망과 분노. 자기 마음을 표현하는 방법을 알지 못했던 그가 할 수 있는 거라곤 집에 틀어박혀 술을 마시고, 울부짖고, 자신이 가장 사랑해야 할 사람들을 때리는 것뿐이었다. 나는 삶이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는 걸 이제야 안다. (넌 나고 난 너야 중)
⊙ 지금 나는 자유롭게 살고 있다. 하지만 이 자유가 영원하지 않다는 것 또한 잘 알고 있다. 애초에 이 자유는 유통기한이 정해진 자유였다. 통장 잔액이라는 유통기한 말이다. 잔액이 바닥나면 내 자유도 끝이 난다. 아아, 결국 또 돈인가.
⊙ 사람은 각자의 속도가 있다. 자신의 속도를 잃어버리고 남들과 맞추려다 보면 괴로워진다. 남들과 다르게 천천히 걷는 것만으로도 남들과 전혀 다른 삶이 된다. 개성이다. 오우, 유니크! (...) 나는 남들이 어디로 갔든 상관없이 그냥 내 길을 걸어갈 뿐이다. (...) 느린 건 창피한 게 아니다. 인정하자. 우린 뒤처졌다. 그래서 뭐 어쩌라고. 이런 뻔뻔함이 너무 좋다. (느려도 괜찮아 중)
⊙ 너무 기대는 하지 말고. (...) 욕심을 버리라는 이야기는 꿈을 꾸지 말라는 이야기가 아니라, 꿈을 꾸고 이루려고 하되 큰 기대를 하지 말라는 이야기가 아닐까? 반드시 이뤄야 한다고 초조하게 생각할 것이 아니라 큰 기대하지 말고 가벼운 마음으로 꿈을 향해 노력하는 삶 말이다. (...) 특별히 바라는 것 없이, 즐겁게 살아봐야지. 그러다 보면 이런 생각이 들지 않을까? 어? 의외로 괜찮네, 내 인생! (280pg)
⊙'열심히'라는 말에는 싫은 걸 참고 해낸다는 뜻이 내포되어 있다. 즐겁지가 않다. 그래서 열심히 살면 힘들다. 그건 견디는 삶이니까. 같은 일도 이왕이면 '열심히'보다는 '재밌게'가 낫지 않을까? (...) 그냥 재밌게 살고 싶은 거다. 누굴 이기는 게 목적이 되는 순간 절대로 즐길 수 없을걸? 아무튼. 이제 열심히 사는 인생은 끝이다. 견디는 삶은 충분히 살았다. 지금부터의 삶은 결과를 위해 견디는 삶이어서는 안 된다. 과정 자체가 즐거움이다. 그래서 인생이 재미있다. 앞으로는 그렇게 생각하기로 했다. 뿅 하고 건너뛰고 싶은 시간이 아닌 즐거운 시간을 보내야지. (에필로그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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