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이라면 퇴사 욕구가 스멀스멀 올라오는 순간이 있다. 특히 입사 후 얼마 안되서 회사에 대한 환상이 깨질 때, 현실을 똑바로 바라보게 될 때 그렇다. 내게도 그런 시기가 처음 찾아 왔을 때, 오늘 리뷰할 책 <퇴사학교>를 구입했던 걸로 기억한다.
참, 3년이 지난 지금. 난 여전히 회사를 다니고 있고 책임질 가족과 아이가 있어 퇴사 생각은 없다. 그러나 직장과 별개로 내 일을 구축하고 싶은 마음은 여전하므로 이 책을 다시 펼쳤다.
저자 소개
장수한 작가님은 삼성전자 퇴사자다. 그것도 엔지니어가 아니라 전략기획부분 출신. 이는 저자가 직장인으로서 황금 라인을 버리면서까지 퇴사했다는 의미로 봐도 될 거 같다.
퇴사 후엔 성인 교육기업 '퇴사학교 (티스쿨컴퍼니)'를 세웠다. 창업가가 된 셈이다. 그보다 먼저 카카오 브런치를 통해 출판을 한 작가님이기도 하다. 해당 플랫폼에선 '티거 Jang'이란 필명을 쓴다. (요즘은 글이 잘 안 올라와 아쉽다)
2016년이었나. 명견만리라는 방송 프로그램에서 장수한 작가님을 처음 본 것 같다. 그 시기가 한창 방송에서 퇴사를 많이 다루던 때였다. 오죽하면 SBS 스페셜에서 '요즘 젊은것들의 사표'라는 제목으로 다큐멘터리가 제작되기도 했다. (SBS 스페셜 448회) 그래서 퇴사를 주제로 하는 방송마다 거의 출연하셨던 걸로 기억한다. 사견이지만 '퇴사'라는 키워드 대해 장수한 저자님만큼 분석적으로 고민한 사람을 나는 못 본 듯하다.
회사 생활이 힘든 7가지 이유
책의 챕터 2에 해당하는 부분이다. 7가지는 [적성, 성장, 시간, 관계, 공허, 안주, 문화]를 말한다. 우리는 일이 적성에 안맞고, 회사에서 성장하지 못하는 거 같고, 야근이나 잔업 때문에 내 시간을 다 뺏기는 거 같고, 또라이 상사와의 관계가 힘들고, 아무리 노력해도 허무하고, 회사 안에서 매일 비슷한 일만 하며 정체되고, 군대식 문화가 싫어서 힘들다. 현재 직장 나가기 싫으면 이 중 하나에는 해당되리라 본다.
작가님은 이 7가지 이유를 내가 통제할 수 있는 것과 그렇지 못한 것으로 나누고, 전자에 에너지를 집중하고 후자는 과감히 받아 들이자고 말한다. 이때 통제할 수 있는 건 {적성, 성장, 시간}이며 {공허, 안주, 문화}는 내 통제를 벗어난다. {관계}는 둘 다 해당 될 수 있다.
자세한 내용은 책에 나와있으니 직접 확인하면 좋을 것 같다. 중요한 건 접근 방식이다. 지금 내가 힘든 이유를 나름 세분화해 정의해보고 각각에 대해 대책을 세우는 것. 아마 현재 회사 때문에 힘든 분이라면 이 챕터를 읽으며 "맞아! 완전 공감!" 하면서 자신의 힘듦을 객관화해 볼 수 있을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현재 하는 고민이 개인적인 것인지 조직적인 것인지를 먼저 규명해야 한다. 만약 조직적인 영역인 '공허', '안주', '문화'의 요인이라면 내가 통제하기 어려운 것으로 인정해야 한다."
"개인을 위해 조직을 감내할 수 있어야 한다. 내가 개인적인 '적성', '성장', '시간'을 얻어갈 수 있다면, 조직적인 '공허', '안주', '문화'의 어려움을 감내할 수 있다. '조직'이 힘들지만 대신 '개인'을 얻어갈 수 있으므로 우리는 참을 수 있는 것이다. 모든 것을 동시에 가질 수는 없다는 것을 인정하자." (108pg)
현재 일에 최선을 다 할 이유
회사에서 잘하는 사람이 퇴사해서도 잘한다. 어떤 책을 읽더라도 공통적인 내용이다. 너무 맞는 말이다. 뭐든지 이뤄본 사람이 또 이루는 법. 게다가 회사에서 쌓은 역량을 토대로 퇴사 후 내 일을 꾸려나가는 법이다. 예전에 읽었던 <인디펜던트 워커>에서도 비슷한 내용을 읽었다. 조직에서 썼던 툴이나 방식을 개인 창업 후에도 계속 쓴다고 했다.
당장 퇴사가 마려워도 현재 맡은 일을 최선을 다해 실력을 쌓아야 한다. 만약 조금 해보고 '아 나랑 안맞는 거 같다'고 관둬버리면 그건 도망가는 짓이다. 일단 잘할 때까지 실력을 쌓아본 후, 그럼에도 나와 맞지 않으면 그때 가서 이 일을 소거해도 늦지 않다. 분야가 달라도 상관없다. 현재 일에서 잘한단 소리 들을 만큼 실력을 쌓아야 다음 단계로 갈 수 있다.
마치며
퇴사 관련 책이라면 내용이 예상이 가지 않나. 회사 다니면서 준비하라. 작게 시작하라. 리스크가 적은 지식 창업으로 접근하라 등등. <퇴사학교>도 그 예상을 많이 비껴가진 않는다. 다만 퇴사에 대해 이만큼 분석적이고 전략적으로 고민한 책은 드물며, 작가님 본인 이야기도 들어가 있으니 읽고 참고할 게 많겠다. (현실의 벽을 간접적이나마 느낄 수 있다.) 직장인이라면 한 권 소장해두고 퇴사 욕구가 올라올 때마다 사직서 대신 꺼내 보면 좋을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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