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한국에서 살아가는 젊은 세대는 무엇을 왜 겪는가.
<인스타그램에는 절망이 없다>는 이에 대한 고찰을 담았다. 양극화, 젠더, 저조한 취업률, 분노사회, 부동산, 공정성, 저출산, 비혼 등. 우리 사회 여러 키워드를 87년생 젊은 작가 눈으로 관찰했다.
'현시대에 대한 통찰을 얻고자 한다면 이미 기성에 진입한 존재들보다는 기성에 진입하기 이전의 존재들에게 물어야 한다'
나는 이 말에 꽤나 동의한다. 대학교 앞 카페에서 20대들이 커피 한잔 시켜놓고 혼자 뭘 하는지. 그들의 술자리에선 무슨 이야기가 오가는지 기성세대는 알까. 아마 잘 모를 것이다. 밖에서 보는 풍경과 안에서 겪는 일은 다른 게 보통이다. (물론 안과 밖. 두 지점으로부터의 시선은 모두 필요하고 생각한다.)
작가님과 나는 같은 세대다. 그래서 이 책의 예시들이 다 사실적이란 점, 어디서 주워 검색한 내용이 아니라 주변을 직접 바라보고 쓴 글이란 걸 알 수 있었다.
고마운 책이란 생각도 들었다. 우리 세대 목소리를 누군가가 잘 정리해서 세상에 전달하고 있구나 싶었다.
물론 정지우 작가님 시선이 모든 밀레니얼 세대 입장을 대표하진 않는다. 그럼에도 이 책이 의미 있는 이유는 앞서 말한 현실성과 예리한 관찰력에 있다.
그가 관찰하고 보여주는 우리 사회 모습은 실제 한다. 그것도 꽤 높은 비율로 말이다. 적어도 내가 겪어본 사회는 그랬다.
인스타그램에는 절망이 없다
책은 한국 사회 상황 및 문제를 전반적으로 넓게 다룬다.
그런데 왜 하필 제목은 <인스타그램에는 절망이 없다>로 뽑았을까? 추측컨데 현 밀레니얼 세대 가장 큰 특징을 '상향 평준화된 이미지에 길들여졌다'는 것으로 보았기 때문일 것이다.
인스타그램은 이미지가 주 콘텐츠인 대표 SNS다. 인스타그램은 화려하고 행복한 이미지로 가득하다.
해외여행. 호캉스. 서핑. 고급 외제차. 퍼스널 트레이닝받은 몸. 골프장. 맛집. 핫플레이스. 너도 나도 사진을 올린다. 그걸 보고 있는 2030 세대는 나도 이런 이미지에 속하고 싶고, 그러지 못하면 소외되는 것 같다 느낀다.
그래서 젊은 세대는 월급을 모아 그런 이미지에 도달해본다. 비싸긴 하지만 그렇다고 아예 못할 정도는 아니니까. 그들은 점심으로 김밥을 먹어도 주말엔 호캉스를 간다. 여기서 소비 패턴의 나쁘다 좋다를 말할 건 아니다. 본인이 번 돈 본인이 쓰겠다는 데 뭐 문제 될 거 있는가. 다만 몇 장의 인증샷을 남긴 후에 다시 지지부진한 일상으로 돌아오게 되는 현실. 그로부터 오는 공허함. 그럼에도 찰나의 이미지에 속하는 건 포기 못하므로 다시 돈을 모아야 하는 나 자신.
이런식으로 불안은 돌고 돈다. 이 패턴의 반복에서 빠져나오기 어렵다. 현실의 부나 성공은 양극화 되었지만 욕망은 오히려 상향 평준화되고 있다. 정지우 작가가 말하고픈 현상은 바로 이 지점이다.
다른 관점
책 내용처럼 모든 청년이 이미지에 속하지 못해 불안해하는 건 아니다. 인스타그램에는 그냥 일상의 순간들. 풍경들. 내 책상 사진. 현재 읽고 있는 책 등을 올리기도 한다. 아마 비율로 따지면 대부분 이런 사진을 올리지 않을까? 나 역시 그런 용도로 인스타그램을 사용하고 있으며 그게 화려한 이미지는 아니다.
우리 세대는 이미지로 나와 내 삶을 표출하는 데 익숙하다. 카메라가 최소 인당 1대씩 보급되는 시대를 사는 데 어찌 보면 당연하다. 사진이 곧 내 취향을 나타내고 나란 사람을 보여주는 수단이다.
허영심이 껴있는 경우도 있겠지만, 정신이 건강한 보통 청년이라면 깊게 생각 안 하고 업로드한다. 좋아요나 따봉 개수에 연연하지 않으면서 SNS를 하는 사람도 많다는 얘기다. 그저 기록. 자주 못 보는 친구들과 근황 공유 정도의 의미다.
한편 요즘 청년들 중 사진처럼 욜로 하는 친구들 많지 않다. 오히려 대학교 1학년 때부터 도서관에 사는 친구들 많다. 오히려 투자 공부하고 절약하는 친구들도 많다. 단지 그들이 SNS를 잘 안 할 뿐이지, 오프라인에는 성실히 노력하는 밀레니얼 세대가 있다.
대학가 주변의 술집들은 상당수가 사라지고 스터디 카페로 대체되었다. 청년들이 유튜브에 빠져 지내거나 인스타그램에 열중하느라 정작 필요한 노력을 도외시한다는 식의 이야기는 대단히 잘못된 것이다. (...)청년세대는 경쟁에 지쳐 인생과 미래를 포기하지 않았다. 대부분의 청년은 계속 미친 듯이 노력하고 경쟁 중이다. (75pg, 우리는 노력을 조롱하는가 中)
마치며
오해할까 봐 적어둔다. <인스타그램에는 절망이 없다>는 젊은 세대를 나무라는 책도, 멘토링 자기 계발 서적도 아니다. 그냥 기록이다. 한 문화평론가가 이 시대를 묘사하고 근거를 떠올려본 책이다. 정지우 작가도 이 책이 매우 조심스러우며, 그럼에도 다양한 시선을 공유하길 바라며 썼다고 말했다.
글 한편 한편이 칼럼이다. 해당 포스팅에서는 책의 극히 일부만 소개했다. 실제 내용은 사회 전반적 현상을 두루 다룬다. 때문에 한번 에 다 읽으려 하면 머리가 아플 수 있다. 긴 호흡으로 틈틈이 읽으면 좋을 것 같다. '정말 그런가?'라는 생각을 하면서 말이다.
끝으로 덧붙인다. 기성세대가 읽으면 밀레니얼 세대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질 수 있으며, 밀레니얼 세대가 읽으면 자신의 불안을 좀 더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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