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종종 에세이를 읽는 편이다. 지식 쌓는 수단이 못된다는 이유로 에세이를 기피하는 사람도 있지만, 나는 에세이가 주는 재미, 위로, 공감이 좋아 읽는다. 나아가 사람 사는 이야기를 많이 들어야 더 많은 사람을 이해할 수 있다 생각한다.
이런 이유로 에세이 책 몇 권을 소장하고 있다. 오늘은 그중 추천하고픈 한 권을 소개하려 한다.
<나는 겨우 자식이 되어간다>
임희정 아나운서 겸 작가님 책이다. 제목이 생소해도 아마 인터넷 포털이나 카카오 브런치에서 우연히 본 분들도 있겠다.
출판 전부터 <저는 막노동하는 아버지를 둔 아나운서 딸입니다>란 제목으로 화제가 됐던 글이니 말이다. 실제로 오마이뉴스에서 2년 반 동안 연재된 글이기도 하다.
짐작 가능하겠지만 '나는 겨우 자식이 되어간다'는 임희정 작가님 부모님에 대한 책이다. 자식 입장에서 지난 부모님의 시간들을 가늠해보고, 날 길러준 엄마 아빠. 때로는 그저 한 남자, 한 여자로 바라보며 썼다.
얼마나 세심하게 부모님 마음을 헤아렸을까? 일상에서 흔히 겪는 매 에피소드만으로도 이만큼 따뜻한 글을 쓸 수 있다니. 실제 뵌 적은 없지만 임희정 작가님이 어떤 분인지 조금은 짐작이 갔다.

읽고 나서
SNS에는 자랑거리만 가득하다. 자신이 얼마나 행복한지. 얼마나 이뤘는지. 나아가 자신의 집안 또는 배경에 대한 자랑까지 올리는 게 추세인 듯하다.
이런 와중에 임희정 작가님은 내가 아닌 내 부모님을 주인공으로 한 이야기. 부모의 있는 그대로 모습을 인정하고 진심으로 자랑스러워하는 이야기. 끝없는 노동과 가난으로 얼룩진 시간들에 대한 속상함. 가능한 솔직하게. 과장 없이 글을 썼다.
콘텐츠 홍수 속에서 <나는 겨우 자식이 되어간다>가 더 돋보이는 이유다.
나는 이 책을 2019년에 읽은 뒤, 현재 2021년 우리 아들을 낳고 다시 읽었다. 느낌이 달랐다. 역시 자식을 낳아보고 가장이 돼보고 나서야 알 수 있는 것들이 있다. 그동안 짐작만 해왔던 것과 실제 겪어보는 건 또 다르니까.
요새 들어 '부모가 그냥 되는 게 아니구나. 몇십 년을 희생하면서 아이는 크는구나' 느낀다. 동시에 나는 책 제목처럼 정말 자식이 되었는가 생각해 본다. 작가님은 월급 나오면 아버지 모시고 백화점에 가 번듯한 옷을 사입혀 드렸다는 데,
나는 왜 아빠가 날 데려가서 내 옷을 사 입힌 기억만 있는 것인지.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 그 쉬운 걸 난 왜 안 했던 것인지 생각해본다.
지금에라도 무언가 해드릴 수 있다면 나도 내 부모님을 주인공으로 글을 써보고 싶다. 특히 내 아버지에 대한 사소한 에피소드들. 디테일한 기억들이 더 흐릿해지기 전에 서둘러야지 싶다.
마치며
'건설 노동자와 아나운서'.
출판 시장은 이 두 단어의 이질적 조합에 포커스를 맞추는 듯하다. 하지만 그건 마케팅 전략일 뿐, 이 책은 부모의 희생. 그걸 바라보는 자식의 시선 혹은 마음에 대한 책이란 걸 말하고 싶다. 직업이 뭐든 자식 키워낸 부모는 모두 위대하다. <나는 겨우 자식이 되어간다>를 보면서 오랜만에 내가 아닌, 내 부모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을 갖길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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