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하는 것과 변하지 않는 것
제목만 보고 어떤 책인지 감이 오시나요? 저자가 '마케터' 강민호라 적혀있습니다. 이 책은 교보문고 카테고리 기준 [경제/경영 - 마케팅/광고/고객 - 마케팅전략] 서적으로 분류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읽으면 읽을수록 철학이나 인문학책에 가깝게 느껴집니다.
<변하는 것과 변하지 않는 것>은 마케팅 스킬, 테크닉, 학문적 용어 등을 이야기하지 않습니다.
그보다는 더 원론적인 이야기. 마케팅을 위한 인문학적 사고방식에 대해 말합니다.
표지를 자세히 보면 짤막한 문구가 적혀있습니다.
[거래보다 관계]. [유행보다 기본]. [현상보다 본질].
거래, 유행, 현상은 '변하는 것'입니다. 반면 관계, 기본, 본질은 '변하지 않는 것'이지요. 추구할 건 '변하지 않는 것'입니다. 뭔가 뜬구름 잡는 말일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관계, 기본, 본질]은 작가님이 불필요한 부연을 모두 제거하고 남긴 단어입니다. 인문학적 마케팅 사고방식의 알맹이라는 거죠. 이 책은 그 알맹이. 변하지 않는 것들에 관한 책입니다.
정서적 편익은 시선이다
"우리는 철학을 판다. 오토바이는 슬쩍 끼워 팔 뿐."
1980년대 할리데이비슨사 CEO 리처드 티어링크의 말입니다. 그는 경쟁사 혼다 오토바이 품질이 할리보다 더 좋을 수 있다고 인정합니다. 그러나 할리에게는 혼다에게 없는 특별한 무언가가 있다고도 말하지요. 라이프 스타일, 경험, 자유, 열정 등 할리만의 정신(spirit)이 바로 그것입니다.
철학. 느낌. 감성.
어찌 보면 뻔한 단어들이지만 마케팅의 핵심이라 생각합니다. 특히 요즘처럼 기능적 측면이 모두 상향 평준화되어가는 상황에선 더욱더 그렇지요. 우리가 무언가 살 때는 가격이나 기능만 보고 결정하는 건 아닙니다.
"정서적 편익은 고객의 내면적인 문제를 해결해 주는 편익입니다. 고객의 내면적인 문제는, 앞서 기능적 편익이 당장 발생하거나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표면적이고 단선적인 문제에 대한 가치 제안과는 다르게 사회학적 관계와 나를 나로서 존재하게 만드는 자존감이라는 요소가 이면에 깔려있습니다." (71pg)
좀 더 쉽게 말하자면 이렇습니다.
할리데이비슨을 타는 사람은 자신을 터프하고 자유로운 사람이라 느낍니다. 다른 사람들도 할리 타는 나를 자유로운 영혼처럼 보겠거니 생각합니다. 테슬라 차를 타는 사람은 자신을 '환경을 생각할 만큼 개념 있고 미래 기술에 관심 많은 스마트한 사람'으로 느낍니다. 동시에 다른 사람들도 날 그렇게 봐주길 바랍니다. 요즘 젊은 층이 많이 입는 언더아머, 파타고니아는 어떤가요? 운동 능력이 좋은 사람. 서핑과 등산을 즐길 줄 아는 사람 같은 이미지가 연결되지 않나요.
결국 철학을 사는 행위는 '다른 사람이 나를 보는 시선'과 '내가 나를 보는 시선'을 구매하는 일입니다. '시선'이란 단어를 '이미지' 또는 '느낌'으로 치환해도 같은 맥락입니다. 명확하게 말할 수 있는 건 이 시선들은 돈으로 환산하기 어려운 가치라는 점이지요.
제품뿐만 아니라 콘텐츠도 마찬가집니다.
여러분 채널 구독자들. 즉 여러분 팔로워들이 주변 사람에게 "나 이 채널 구독해", "나, 이 사람 팔로우해"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을까요? 만약 그렇다면 당신은 그들에게 어떤 느낌, 이미지를 주고 있습니다. 단순히 기계적으로 콘텐츠를 찍어내는 사람들과 확실한 차별점이 있는 셈이지요.
따라서 생산자라면 고민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내가 만든 콘텐츠는 소비자 스스로 하여금 어떤 시선을 갖게 하는가?
정교한 계획보다 유연한 대응
린스타트업 (Lean Start-up).
거창하게 준비하지 말고 빨리, 가볍게, 작게 시작하는 전략입니다.
"성적을 올리기 위해서는 처음부터 마지막 단원까지 한번 가봐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야 자신의 강점과 취약점을 파악할 수 있고 그때서야 비로소 제대로 된 계획을 수립할 수 있는 것이죠." (170pg)
"지속적인 경쟁우위를 실현하고 있는 기업은 전체의 2~5%에 지나지 않는다. 시간이 흐를수록 기업이 경쟁우위를 유지하는 기간이 짧아지고 있다. 경쟁우위를 잃고 난 뒤, 다시 경쟁우위 역량을 되찾는 기업의 수가 증가하고 있다." (174pg)
하고자 하는 일이 있다면, 계획은 대충 하고 일단 해보란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1. 해보지 않은 것에 대해선 애초에 정교한 계획 수립 자체가 불가능하다.
2. 초경쟁 시대에는 순위가 엎치락뒤치락하는 일이 다반사다. 따라서 처음 계획을 고수하고 가기보단 그때그때 유연하게 대응하는 편이 낫다.
여기에 약간의 제 생각을 덧붙이자면 드리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유연한 대응에는 '포기'도 포함된다."
포기라고 하면 꼭 부정적 뉘앙스로 받아들이는 분들이 많습니다.
물론 노력하기 싫어서 하는 포기. 귀찮아서 하는 포기. 구체적 이유가 없는 포기.
이런 포기들은 그런 뉘앙스로 느껴질 만합니다.
그러나 진행하는 일의 한계가 보이거나, 이걸 포기하고 다른 걸 더 잘할 자신이 있거나.
즉, 더 나은 방향으로 가기 위한 구체적 이유가 포기는 오히려 긍정적입니다.
그러므로 블로그를 몇 번이고 다시 만들든, 유튜브 계정을 다시 만들든, 쓴 글 초고를 뒤엎어버리든 괜찮습니다.
그만한 이유가 있고 더 잘하기 위함이라면 지속하지 못했다는 점에 대해 자책하지 않아도 됩니다.
그 역시 유연한 대응이니까요.
마치며
책을 읽으며 반복적으로 든 생각입니다.
"이 책은 개인 사업을 하거나 작은 조직을 운영하는 분들에게 선물로 드리고 싶다"
생산자라면 자신의 직업이 '마케터'가 아니더라도 '마케터적 사고방식'은 갖고 있어야 합니다. 특히나 콘텐츠는 전자제품이나 자동차처럼 제품 '기능'으로 승부 보는 분야가 아닙니다. 브랜드 고유의 이미지, 철학, 정서적 편익이 분명해야 합니다. 콘텐츠 제작 일을 작은 조직 운영이라 생각하시고 이 책을 읽어 보면 좋을듯싶습니다.
'서재' 카테고리의 다른 글
부부를 위한 그림책 : 행복한 질문 (오나리 유코) (0) | 2021.08.09 |
---|---|
직장인 부수입 만들기 첫걸음 <N잡하는 허대리의 월급독립스쿨> (0) | 2021.08.05 |
회사 말고 내 콘텐츠 : 내 콘텐츠 언제 만들지? (0) | 2021.07.28 |
브랜드가 되어간다는 것 : 직장인이 겪는 대부분 문제 해결법 (0) | 2021.07.25 |
기획자의 습관 : 공식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법 (0) | 2021.07.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