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재

기자의 글쓰기 : 맛있는 글을 위한 단순한 원칙

도미니크 2021. 7. 15. 23:43

기자의 글쓰기 - 박종인

글은 모든 콘텐츠 바탕입니다. 글이 드라마가 되고 영화가 되고 음악이 됩니다. 글쓰기가 중요한 이유입니다. 그런데 정작 쓰는 법은 배워 본 적이 없습니다. 적어도 객관식만 풀던 제도권 교육에서는 말이죠.

성인이 되면 굳이 콘텐츠를 만들지 않아도 글 쓸 일이 많습니다. 대학생만 되어도 리포트를 얼마나 많이 쓰나요. 직장인이 되면 기획안, 업무 메일, 회의록 등을 씁니다. 그런데도 학교에선 왜 가르쳐주지 않았을까 의아스럽습니다.

어쨌든. 지금에라도 [쓰기] 능력이 중요함을 깨닫고 서점에 갔습니다. 여러 책을 뒤적이기를 한참. "아, 이 책이면 되겠다"라는 책을 집었습니다. <기자의 글쓰기>입니다.

 

왜 선택했나요?

살아있는 노하우를 알고 싶었습니다.


경영학과 교수로부터는 '경영학'을 배울 수 있지 '경영'을 배울 순 없습니다. 경영은 실제 사업 운영 경험이 있는 사람에게 배워야 합니다. 쓰기도 마찬가집니다. 학문이 아니라 대중 속에서 먹히는 살아있는 글쓰기를 하고 싶다면 실제 그런 사람을 찾아야 합니다.

저자 박종인 작가님은 1992년 기자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2016년 5월 31일 이 책을 출판했구요. 2020년에는 서재필 언론 문화상을 수상했고 2021년 현재까지 책 10권을 썼습니다. 글쓰기 강의를 하셨고 현재도 신문사 기자입니다. 검색을 해보니 2021년 6월 25일에 칼럼 하나를 더 올리셨군요. 실제로 29년째 글로 밥벌이를 하고 있단 얘깁니다.

도서 구매에 앞서 책 앞부분을 훑어봤습니다. 그런데 어느샌가 책 중반을 읽고 있더군요. 막힘없이 술술 읽혔습니다. [글쓰기 방법]에 대한 책이면 지루할 법도 한데 신기했습니다. 책에서 말하는 글쓰기 방법이 효과가 있다면 일단 이 책부터 잘 읽혀야 합니다. 그런 면에서 <기자의 글쓰기>는 훌륭했고 이 점 때문에 최종 구매를 결정했습니다.

 

 

어떤 책인가요?

혼자 볼 일기나 메모가 아니라면 글은 독자를 위한 상품입니다. 팔려야 하죠. 아무도 읽지 않는 글을 써서 뭐 하나요. 글은 무조건 사려는 사람, 즉 대중 눈높이에서 잘 읽혀야 합니다. 따라서 여기서는 심오한 글, 참신한 글, 칸트식 어려운 철학 글을 다루지 않습니다. 이 책에서 말하는 좋은 글은 '쉽고' '구체적이고' '짧은' 글입니다. 독자에게 친절하고 재밌는 글입니다.

<기자의 글쓰기>는 그런 글을 위한 몇 가지 원칙을 알려줍니다. 이때 글 종류는 중요치 않습니다. 원칙이란 장르에 상관없이 통용돼야 하며 복잡하지 않아야 원칙이니까요.

"수필은 이렇게 쓰고, 소설은 이렇게 쓰고, 기행문은 이렇게 쓰고, 보고서는 이렇게 쓴다고 배운다. 저마다 장르가 다르면 쓰는 방법도 다르다고 배운다. 과연 그런가. 24년 동안 글을 쓴 경험에 따르면, 글에 관한 원칙은 장르와 상관없이 똑같다. 복잡한 원칙은 원칙이 아니다. 원칙은 간단해야 한다." (8pg)

 

원칙

 

특히 좋았던 내용은?

1. 수식어

"좋은 글은 수식이 없다. '너무' '굉장히' '매우' 이런 말들이 문장에 들어가게 되면 읽을 때 거추장스럽다. 또 독자들은 이 사람이 뭔가 자신이 없기 때문에 '나한테 굉장히 아름다우니까 너도 이렇게 생각 좀 해'라고 강요한다고 생각하게 된다.(51pg)

제가 만약 박종인 저자님께 1:1 수업을 받았다면 수식어로 많이 혼났을 겁니다. 수식어만큼 주관적인 단어가 없는 걸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은근 많이 쓰게 되더라구요. 아마 제 감정이 들어가다 보니 그렇겠지요. 그러나 독자는 제 감정 정도를 궁금해하지 않습니다. 팩트에 관심 있을 뿐이죠. 음식점 소개 글을 쓴다고 하면 "그 식당 [너무너무] 맛있어" 보다는 "그 식당에는 사장님이 발명한 양념장이 있어. 살짝 달달하면서 매콤한 게 맛있어."가 훨씬 설득력 있고 친절하잖아요.

2. '의'와 '것'

"'의'와 '것'은 문법적으로는 틀리지 않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의와 것을 남발하면 리듬이 끊어진다."
"우리가 흔히 대명사 '것'이라고 쓰면 대게 그 '것'은 내용, 일, 행동, 기억 같은 구체적인 단어로 대체할 수 있다. 독자들은 그런 '구체적인' 단어를 원한다."(85-86pg)

저자 원칙 중 하나는 '입말로 쓰라'입니다. 우리가 대화 할 때 '한국의 음식'이라 하지 않고 '한국 음식'이라 하죠. '아버지가 말씀하신 것'이 아니라 '아버지 말씀'이라고 합니다. 확실히 의와 것은 빼도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방법을 적용하면 문장이 훨씬 담백해집니다.

 

 

마치며

개인적으로 도움을 많이 받은 책입니다. 읽기 전과 후가 꽤 달라졌습니다. 현재도 부족한 제 글이 예전보다는 나아졌습니다. (예전엔 얼마나 주저리주저리 썼는지! 비공개로 해놓은 글이 많습니다.) 독자를 변화시킨 책입니다. 그래서 시중에 글쓰기 관련 책이 많지만 감히 추천해 봅니다.

참. 이 포스팅에 나온 1700여개 글자 중 '의'와 '것'은 한번도 나오지 않았습니다. (의와 것에 대한 설명 부분은 제외) 의심되신다면? 찬찬히 다시 읽어보시길!

 

좋은글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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