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재

내가 좋은 날보다 싫은 날이 많았습니다 (변지영, 2020)

도미니크 2021. 10. 5. 15:16


심리학자가 쓴 자존감 에세이


이 책은 심리학 서적으로 분류되어 있지만 아카데믹한 도서는 아니다. 그보단 심리 에세이에 가깝다. 작가님이 심리상담 전공 박사여서 종종 전문 용어들이 나오지만 이해 못할 수준은 아니다. 문체는 담담하니 상담 받는 기분이 든다. 가볍게 읽기 좋다.

<내가 좋은 날보다 싫은 날이 많았습니다>라는 제목이 인상적이다. 처음엔 '내가'를 '내게'로 잘못 읽었는데 다시 보니 '내가 스스로를 좋아한다, 싫어한다'라는 의미였다. 그러니 어느 정도 짐작이 됐다. 이 책은 나. 즉 자존감에 대한 이야기겠구나. 작가님도 이 책을 다 읽었을 때 즈음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얻었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나인 것은 무엇이고
내가 아닌 것은 무엇인가?

 


 

칭찬과 인정에 지나치게 민감한 나

 

상위수준 해석을 하는 사람들은 하위수준 해석을 하는 사람들에 비해, 자신을 부정적 피드백에 개방하려는 의지가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부정적 정보에 대한 수용도 더 잘한다. (227pg / 칭찬과 인정에 지나치게 민감하다면 中)

227페이지에서 만난 문장이다. 이게 무슨 말이냐. 잠깐 용어를 설명하자면 '상위수준 해석'이란 좀 더 큰 맥락 또는 추상적 해석을 뜻한다. '하위수준 해석'은 좀 더 작은 범위에서 구체적 해석을 의미한다.

가령 '청소'라는 단어를 보고 '깨끗하게 하는 것'이란 생각이 들면 상위수준 해석을 한 것이다. '걸레질', '청소기 돌리기' 등이 생각났다면 하위수준 해석을 한 것이다.

이 문장은 '과잉 인정욕구' 또는 부정적 피드백에 민감한 사람에 대한 이야기다.

 

나란 인간은 직장이든 집이든 지적받는 일에 대해 기분이 쉽게 나빠지는 편이다. 부정적 피드백에 민감하다. 나는 이런 내가 단순히 인정욕구나 자존심이 세서 그렇다고 생각했다.

틀린 얘긴 아니다. 그러나 변지영 작가님은 내 평소 해석수준이 주로 '하위해석'에 치중되어 있는지 점검하라 조언한다.

지적받았을 때, 지적의 내용 또는 지적받았다는 사실 자체에만 매몰되면 이는 하위 해석을 하는 것이다. 반면 지적이란 배우는 과정에서 필히 만나게 되는 일종의 성장통. 즉 배움, 성장과정과 같은 의미를 떠올리면 이는 상위 해석을 하는 것이다.

솔루션은 "부정적 피드백에 덜 민감해지려면 더 장기적이고 더 넓은 목표를 가지는 게 도움된다"는 결론으로 이른다. 장기적 목표나 목적이 있으면 당장의 부정적 피드백은 그걸 이루는 과정에서 만난 작은 돌멩이 정도로 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내 시선은 언제나 상위해석(목표)에 가 있으니 자잘하고 지엽적인 것(과정 중 만나는 것들)에 감정을 덜 쏟을 수 있다는 원리다.


 

그냥해


심리학 박사가 말한다.

"심리? 감정? 그런 거 생각하지 말고 몸으로 행동하세요"

심리학 박사님이 심리나 감정에 매몰되지 말고 매 순간 행동에 정성을 다하라 조언한다. 개인적으론 단연코 최고의 심리 상담 처방이라 생각한다. "머리 비우고 몸으로 굴러라"같은 말은 괜히 나온 게 아니다. 머리가 무거우면 몸이 안 움직인다. 그리고 생각만으로 풀리는 문제도 없다. 대개 행동만이 근원적 원인을 제거할 수 있다.

심리적으로 안정되어 있어야 무언가를 꾸준히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사실은 거꾸로다. 매일 하는 것이 당신을 안정되게 만든다. (239pg / 더 이상 상황에 휘둘리지 않으려면 中)

느낌이나 생각에 관계없이 하기로 한 것을 제때 하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좋든 싫든 하기로 한 것은 반드시 하는 것'을 경험하게 되면 오히려 자신의 감정에 덜 휘둘리게 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하기로 한 것을 하게 될 것'이라는 믿음이 생겨나면서 단단해진다. (241pg / 할 만한 기분이 아닐 때 中)

그냥해. 매일해

 

마치며


<내가 좋은 날보다 싫은 날이 많았습니다>는 위로나 공감 에세이는 아닌데 이상하게 위로가 된다. 심리에 대해 배움으로써 스스로를 분석 대상으로 바라볼 수 있다. 그래서 당신이 유리멘탈이거나 오늘 어떤 일로 인해 기분이 우울하다면 가볍게 펼쳐 보기를 추천한다. 이 책은 나라는 사람에 과몰입하는 걸 막아준다.

 

 

※ 참고로 내용이 좋아 이 책을 지인에게 선물한 적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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